제1회 광주과기원 문학상 공모 수상작 ④: 시 부문 가작
아버지
배철의(학생팀)
“선생님, 지금 우리가 먹는 게 ‘S커피’인데
‘아버지’보다 비싼데
맛은 덜한 것 같아요. 뭔가 건조하고 살짝 신맛이 나는….
‘아버지’가 제일 맛있네요. ‘고집’보다도 더….”라고
공부하는 데에 돈이 많이들 박사과정
복학을 앞둔 한 여선생 말하길래
아버지 생전에 나
참 많이도 갉아먹었다 그래,
더 이상 갈아 먹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속이 있어 배시시 웃는다
상표도 여러 가지인 원두
요새 기계에 물이랑 넣고 꼭지를 폭 누르면
‘아버지’ 갉는 소리를 내고는 대번
젖줄을 따라 쓰디쓴 커피가 나온다
아버지도 생전에 맛은 좋았다
누구나처럼 자식에게 고집은 부리지 않았고
살림 얘기를 정갈하게 옮기시던 고온다습한 아버지
가끔은 당기는 신맛도 없이, 미숫가루처럼
달기만 하였더랬다
터져서 꼬매고 긁히고 할퀸
쭉정이만 두고 곁을 떠났다
아버지 갉아먹고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오락가락 어머니 기억을 갉아먹고 나는
또 아버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