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KAIST에서 ‘대선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 행사가 개최됐다. 본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새로운물결 정당의 20대 대선후보 혹은 캠프 주요 인사가 참석해 과학기술인과 함께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본 행사는 대선후보를 초청해 과학기술 분야 비전과 정책을 문답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를 주최한 KAIST 및 동아사이언스는 20대 대선 국면에서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과학기술 정책 논의가 실종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각 캠프의 주요 인사는 토크쇼와 토론회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을 의논했다. 1부는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학계·시민단체·언론·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등에 소속된 패널들과 토크쇼를 하는 방식이었다. 2부에서는 4대 과학기술원을 비롯한 이공계 학부생과 대학원생, 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 등 다양한 청년 과학기술인과 함께하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본 행사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대신해 박영선 디지털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대신해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참석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전 후보는 직접 행사에 참여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선대위 개편 일정으로 불참했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 문제점 지적…李, 尹, 安 의견 엇갈려
본 행사의 2부 토론회는 후보에게 사전에 안내된 공통질문에 대한 질의 후 각 패널이 준비한 개별질문에 관해 의논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공통질문 중 “이공계의 인재가 국내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려 하지 않는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의 문제점과 구체적 해결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토론회에 참석한 세 캠프의 답변이 엇갈렸다.
이재명 캠프 박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135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300만 개를 창출해내겠다고 한 공약에 R&D 고급인력을 위한 일자리가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국내 대학원의 문제점으로 불확실한 미래와 불만족스러운 국내 연구원 생활을 지적하며 대학원생의 어려움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열악한 연구비를 받는 대학원생의 열정페이 시대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 원 본부장은 “제도 개혁과 기초연구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원 본부장은 제도 개혁에 대해 “국내 대학원생은 교수 산하 인력이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교수들만의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된다. BK21 등 관료주의적인 연구비 예산 배정 방식을 필히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 본부장은 “대규모 기초과학연구를 국가가 직접 뒷받침하고 지원해 연구와 기업을 연결할 것”이라며 국내 연구자에게 더 많은 보상과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공공연구소의 규모 확장 및 5대 초격차기술 인력 확보를 강조했다. 안 전 후보는 “최첨단 분야 인재 50만 명을 양성해 100만 연구원을 완성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융합연구를 위해서는 한 연구소에 최소 5000명 이상의 연구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 전 후보는 지난 3일 부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3인 3색” 과학기술공약…구체적 실천 방안은
<지스트신문>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의 과학기술 정책을 비교하고, GIST와 관련된 정책을 살펴봤다.
이재명 후보, “세계 5대 과학 강국” 외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술주권을 확보해 대한민국을 세계 5대 과학 강국으로 세우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과학기술 7대 공약으로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 ▲기술 주권 확립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 도입 ▲2030년 달착륙 프로젝트 완성 ▲사회문제 해결하는 연구 확대 ▲지역의 연구개발(R&D) 자율성 강화 ▲연구자 중심의 환경 조성 ▲폭넓은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과학기술 연구자를 위한 연구환경 및 복지 개선으로 연구과제중심제도(이하 PBS) 개혁을 앞세웠다. 이를 통해 연구자가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를 수주하거나 시류 편승형 연구로 내몰리지 않게 제도부터 개혁하겠다는 의견이다. 이 후보는 단기성과 중심의 연구개발을 중장기 연구개발로 전환하고,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기초연구는 정부가 집중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산발적인 과학기술 인력양성 정책의 효율적인 연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첫째로 신진연구자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취업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둘째로 여성 과학기술인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해외 우수 연구인력을 지속해서 유입시키기 위해 국내 연구 여건과 정주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후보, “정치와 과학기술정책 분리” 내세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과학기술정책이 과학기술인의 실적에 편중되는 현 흐름을 지적하며 모든 과학기술정책이 연구자 중심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과학기술 5대 공약으로 ▲정치와 과학기술 정책 원천 분리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 ▲미래선도 연구 장기지원 ▲청년 과학인재 육성 지원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 신설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정권이 과학기술 정책에 정치적 목적으로 개입하는 사태를 원천 차단하고자 나섰다. 이를 위해 장기 연구과제 설정으로 꾸준한 예산 지원이 이뤄지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국가에서 연구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산학연에 융합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제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해 연구비 배정 후 평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청년 과학기술인을 위한 도전과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정책도 제시했다. 첨단 기술 분야별로 산학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신진연구자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를 해제해 전공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 “5대 녹색기술 혁신” 제시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5대 녹색기술 혁신’을 위한 과학기술 4대 전략을 발판 삼아 녹색 산업혁명을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과학기술 4대 전략으로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 및 거버넌스 전면 대전환 ▲기존의 PBS 폐지, 출연연 연구비 70% 보장 ▲기초과학 촉진 및 지역 과학기술 혁신 ▲여성·청년 연구자 지원 강화를 제시했다.
심 후보는 현장 연구자 중심의 정책 결정을 약속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장관 및 1차관은 반드시 비관료 출신으로 임명하고 부처 간부 절반 이상을 개방직으로 채용해 연구자가 정책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심 후보는 여성·청년 연구자를 위한 정책으로 유연근무제 확대 실시와 대학원생 복지 강화를 제시했다. 심 후보는 여성 고경력 및 은퇴 과학기술인 지원센터 설립으로 교육과 일자리를 지원하고 연구기관 어린이집을 확대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원생이 연구노동에 종사하나 제대로 된 노동권 보호를 받지 못함을 언급하며 대학원생이 노동자로 대접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전 후보, 사전투표 전날 사퇴해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는 ‘5대 과학기술 초격차 분야’ 육성을 내세우며 대선에 출마했으나, 지난 3일 20대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 전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며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와 윤 후보는 지난 3일 전격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선 이후 국민통합정부를 꾸려나갈 것을 약속했으며 공정과 상식, 과학기술 중심 국가를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李, 尹, 沈, GIST 관련 공약 내세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GIST의 연구소와 기업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GIST와 MIT, Caltech 간 AI 교류·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AI 관련 대기업과 연구소 이전을 보조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은 AI 혁신과 AI 집적단지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산학연 AI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AI 영재고 설립으로 AI 메타버스 융합도시 조성의 미래를 제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전남대, GIST 등 지역대학에의 과감한 R&D 투자를 약속했다. 이를 통해 의료·의과학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의과학·바이오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전했다.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사전투표는 3월 4일과 5일, 본 투표는 3월 9일에 진행된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미래 과학기술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과 청년 과학기술인의 지속적인 참정권 행사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