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신문>이 50호를 맞았다. 2015년 2월 10일 창간한 독립언론 <지스캐치>를 전신으로 하는 <지스트신문>은 2016년 봄 창간호를 발행하며 GIST의 공식 언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 시작에는 어엿한 대학 언론이라는 목표만으로 도전한 이들이 있었다. 백승혁(기계, 14) 전 편집장과 창간 당시 부주간 장진호 교수를 만났다.
언론 불모지에서 공식 언론 창간까지,
백승혁 전 편집장을 만나다
백승혁 전 편집장(14, 기계)은 학부 재학 시절 <지스트신문>의 전신인 독립언론 <지스캐치>를 창간해, 2016년 2월 창간준비호부터 2016년 5월 제3호까지 편집장을 맡았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지스캐치>와 <지스트신문>을 처음 만들었던 학생 중 한 명이고, 지금은 기계공학부를 졸업해 GIST 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5년 차이다.
신문사 창간 계기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둘러보니 학보사를 갖춘 곳이 보통이었다. 문득 ‘왜 우리 학교에는 신문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당시 학내 소통의 장은 단발적으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정도가 전부라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구성원 간 의견을 깊이 있는 논의로 이어가고, 생산적인 토의가 이뤄지길 바랐다. 이를 위해선 믿을만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뜻을 함께할 학생을 모아 창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신문을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타 대학 신문사를 답사하며 6개월간 준비한 끝에 독립언론 형태로 <지스캐치>를 창간했다. 처음 두 학기 정도는 인터넷 기사만을 발행했다.
그동안 신문사 창간 제안서를 작성하고 신문에 관한 공부도 하며 공식 언론사로의 전환을 준비했다. 다행히 여러 교수님과 학부장님, 학장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GIST 공식 언론으로의 발족이 승인됐다. 이후 2016년 봄, 신문사에 예산이 할당되고 신문사실도 마련됐다.
언론사를 혼자 조직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당시에는 젊은 날의 패기가 있었다. 교수님이나 직원분들, 동료 학생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덕분에 가능했다.
신문사를 공식 단체로 만드는 일이 재밌었고,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창간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기사 작성과 신입 기자 선발 등이 전부 처음 겪는 일이어서 힘들었다.
당시 부주간 교수님과 언론홍보팀 선생님께서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언론홍보팀에 기자 출신인 이석호 선생님이 계셨는데, 1주일에 한 번 정도 꾸준히 시간을 내셔서 한 학기 동안 기사 작성법을 알려주셨다. 창간 후 감사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당시 함께했던 학생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웃으며 신문을 만들었기 때문에 신문사를 무사히 창간할 수 있었다. 미숙함에서 나오는 연대감 또한 있었다.
편집장 재임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은?
재임 당시에는 주로 퇴고를 담당했다. 밤새 글을 고치다 동틀 때 커튼 사이가 조금씩 밝아오던 풍경이 기억난다.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았어도 몸이 피곤했다. 다 쓴 기사를 발행 직전에 미발행으로 넘길 때도 있었다. 열심히 고친 글이 무용지물이 될 때 허무했지만, 취재를 마치고도 본인의 글을 싣지 못한 학생들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창간호 때 독자들의 지문과 함께 창간 축하 메시지를 담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지나가다 지문을 찍어준 사람들도 고마웠고, 최종 결과물이 예뻐 마음에 들었다. 많은 교수님과 학생들이 써주신 축하와 응원의 글로 힘을 얻었다.
처음에는 지면도 없이, 인터넷 기사부터 시작했다. 신문사실을 배정받고 예산을 지원받으며 지면 신문이 처음 나왔다. 새로 배치한 가판대에는 창간호를 놓아두고 앞으로의 신문사에 필요한 것을 하나씩 준비해갔다. 창간 직후에는 창간일에 맞추느라 보람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나중에 새로 나온 신문을 가판대에 배포하러 간 기자들에게 ‘신문 다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했다. 글을 쓰고 고치거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요약해서 정리하는 능력은 어디서나 필요하다. 대학원에서도 밑거름이 됐다.
신문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창간 당시에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열정이 식거나 본래의 목적이 희석되기 마련이다. 이전에 해오던 것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무척 힘들 것이라 걱정된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했던 기간에는 수습기자 유치와 신문사 운영이 더 힘들었을 텐데, 후배들에게는 ‘괜히 이런 걸 만들어서 고생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웃음) 그래도 기자 수가 늘어나고,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도전한다는 면에서 고맙다. 매달 발행을 위해 많은 사람이 잠도 많이 못 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텐데 잘하고 있다.
신문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사는 적절한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읽혀야 가치가 있다. 지면 발행이 줄더라도,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발행해도 좋다. 독자가 기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만들기 바란다.
어떤 사회든 언론사는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이지만,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에게 더 가볍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가 바뀌어 긴 글을 읽지 않으려 하는 독자들이 많다. 독자에게 바라기보다 신문이 달라져야 한다.
<지스트신문>의 기반을 함께 다졌던
장진호 교수를 만나다
기초교육학부 장진호 교수는 <지스트신문> 창간 당시 부주간을 맡아 2016년 4월부터 2017년 4월 제8호 발행까지 함께했다. <지스트신문>의 기반을 함께 다졌던 장진호 교수를 만나 50호 발행을 맞은 소회를 물었다.
학생들이 처음 신문을 제작하고자 찾아왔을 때, 돕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다른 학교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저널리즘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GIST는 설립 초기 대학으로서 갖춰야 할 것이 부족했고, 학보사의 부재도 그중 하나였다. 한편으로는 KAIST나 POSTECH을 능가해, MIT나 Caltech에 버금가는 저널리즘의 학보사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GIST는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학생이 부족해 신문을 낼 여건이 아니었던 만큼, 학보사 창립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학보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은 어떠했나?
많은 시간을 신문사 학생들과 함께 보내며 신문 제작의 상당 부분 관여했다. 모두 열정 하나로 시작했기에 신문사실에서 함께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신문 전반적인 구성에 관한 조언부터 어조가 너무 과하지는 않은지, 반론의 여지를 남겨주기 위해 교차검증을 해야 할지 등 내용 측면을 주로 봤다. 더불어 일정 조율 및 기술 측면의 조정까지 맡았다. 밤새 작업하며 야식을 먹고 야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추억이 떠오른다.
창간 당시 학교 및 구성원의 반응은 어땠나?
많은 이들이 학보사의 등장을 환영했지만, 오히려 더욱 신중하게 기사를 쓰도록 학생들을 지도했다. 신문 발행이 늦어지더라도 편파적이거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는 기사는 다시 취재하게 함으로써 학보의 활동이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 했다. 허위 사실을 담지 않고 공정하게 사실관계를 밝히려는 노력 덕분에 <지스트신문>의 창립을 많은 이들이 반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50호를 맞이한 소회가 있다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와 같았지만, 지금까지 매년 신입 부원이 생기고 신문이 잘 발행됨이 매우 뿌듯하고 기적 같다. 요즈음도 매 호 신문이 발행되면 꼼꼼히 읽어보고, 모아서 보관한다. 신문사 구성원은 사명 의식을 가지고 학교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활동에 임하기를 바라고, 학교 구성원은 제목이라도 읽어보며 신문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신문사의 과제가 있다면?
비판과 홍보, 그리고 정보와 소통 기능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 GIST의 독립언론이자 학보사로서의 올바른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신문은 하나의 정당이다’라는 말처럼 신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학교의 문제점을 교정케 하는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에 더불어, 구성원들이 학교에 애정을 갖게 하는 구심점이 됐으면 좋겠다. 한편, <지스트신문>이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관계를 넘어섰으면 좋겠다. 학생과 교수 사이, 연구실 사이, 경영진과 학교 구성원 사이의 의견을 펼치고 교환하는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길 소망한다.
또한, 최신 과학 이슈에 관한 소식을 자주 다뤘으면 좋겠다. 해당 이슈를 위한 지면을 고정으로 할당하는 방법도 있으며, 과학 이슈를 다루는 타 저널과 독자를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까지 기대해볼 수 있겠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독자 또한 학교 공동체 발전을 위해 참여한다는 자세로 신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투고도 하면 좋겠다. 부정적인 소식에만 혈안이 되지 말고 미담에도 이목을 집중하길 바라며, 신문을 전문성을 기르는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길 바란다.
50번째 바톤을 이어받아 달리는,
이은찬 현 편집장의 한 마디
50호를 발행하면서 신문사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렸다. 종이 50장의 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는 듯싶었다. 신문 한 호를 발행할 때마다 신문 한 장에 녹아든 신문사 구성원들의 노력과 수고가 상당함을 몸소 느껴왔기 때문이다.
이곳 <지스트신문>에서 학생들만의 저널리즘이 50번씩이나 이어졌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지스트신문>이 앞으로도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며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학보사가 되길 바란다. 겸손과 수용의 태도로 내부에서부터 혁신하며 성장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신문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