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오전 7시경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련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진화 작업에는 약 76시간이 걸렸으며 접수된 피해 신고는 약 만 3천여 건이다.
GIST로부터 11km,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염과 연기는 약 11km 떨어진 GIST에서도 선명히 보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최초 발화 지점은 봉고차 2대 크기의 산업용 오븐으로 추정된다. 생고무를 녹이는 과정에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 화재가 난 것 같다고 금호타이어측은 설명했다. 이전에도 작은 화재는 있었지만 이번엔 압연공정까지 번졌다. 직후 금호타이어는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당국에 사고를 보고했고 소방서가 출동했다.
이번 화재로 공장의 절반 이상이 불탔고 완전 진화에는 약 76시간이 걸렸다. 진화 이후에도 화재 피해 신고는 잇따랐다. 지난 6월 13일 마무리된 화재 관련 피해 신고 접수자는 약 1만 3천여 명이다. 두통과 어지럼증 등의 건강 피해가 1만 2천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거주지 오염, 차량 분진 등의 물적 피해도 약 6천명이 신고했다. 에어코리아의 조사 결과 광주 대기 내 납 성분은 화재 전날에는 0ng/㎥을 기록했다가 17일 18ng/㎥까지 치솟았다. 중금속뿐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도 상승했고, 타이어 연소에 따른 기타 유해 물질 배출 위험성도 제기됐다. 광주시와 영산강환경청은 대기중 오염 물질이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그들이 사용한 기준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광주시는 광주 전역의 대기측정망을 통해 대기오염도를 측정했으나 화재 당일부터 이후 5일간 오염 물질 농도가 모두 기준 이내라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 또한 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해 화재 직후부터 약 4일간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했으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기관이 ‘안전하다’라고 판단한 근거가 된 TWA(Time Weighted Average: 시간가중평균노출기준)는 대기오염을 평가하는 데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 TWA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용하는 화학 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에 사용하는 것으로, 특정 작업 환경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안전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이지 대기오염 평가 또는 관리상 지표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적용할 기준이 없어 참고할 만한 비슷한 기준이라고 판단해 제시했다”라고 해명했으며, 광주시 관계자 또한 “VOCs에 대한 대기환경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시민사회는 적절한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뿐 아니라 화재 현장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근무하던 25세 정모씨는 대피 과정에서 흉추 및 요추 부상을 입고 고립됐으며, 결국 하반신이 마비됐다. 정모씨의 어머니 임경혜씨와 누나인 수인씨는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40여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진 아들은 상태가 좋지 않아 반차를 쓰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이를 반려했다고 힘겹게 말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동생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관리에 대해 논의하고, 금호타이어 대표에게 아직도 받지 못한 사과를 듣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주민 피해 보상, 노동자 생계 불안…이후 대처는
금호타이어는 지난 5월 23일부터 피해 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가 보험사에 제공한 피해 접수 명단을 바탕으로, 보험사가 당사자들에게 연락해 보상 절차 및 필요서류를 안내한다. “건강 등 인명 부분을 우선적으로 보상할 계획”이라며 금호타이어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생산 정상화를 위해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지난 6월 20일에는 생산설비 복구 및 이정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자 문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공장의 절반 이상이 불타버리면서 광주공장은 가동 정지 상태다. 공장 재가동 시기가 가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광주공장의 2천여명 노동자들과 협력 업체 직원들의 생계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 5월 22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사측의 일방적 고용 위협을 막고 휴업 수당 지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생산라인 정규직은 기본 급여의 70% 가량을 휴업 수당으로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공장 가동 중지가 장기화될 경우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혹은 타 공장으로 전환 배치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당시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었으며 정규직도 휴업 수당의 금액을 두고 노사 갈등을 겪었다. 직원 800여 명 중 500여 명을 국내외 타 공장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광주공장 직원들은 70%로 줄어든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실정이다. 4대보험에 가입돼있어 부업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광주공장 정규직뿐만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은 물론이고, 입사를 앞두고 있던 신규채용 직원 51명도 입사 보류됐다. 공장과 연계된 화물 노동자들도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에 사실상 무급 휴직 상태다. 하청 및 협력 업체들도 업무가 정지됐지만 휴업 수당 등의 고용 보장은 없었다.
이에 광주시는 특별대책반을 가동했다. 광주시는 노동자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협의회를 가동하고 정부에 특별재난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선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협력 업체 213곳에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는 단순히 물질적,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건강과 연관 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와 얽혀있다. 지자체, 기업, 노동계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