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이 인도에 서 있던 군인 윤 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윤 씨는 서 있던 위치에서 15m를 날아가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했다. 그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결국 지난 9일 숨을 거뒀다. 윤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음주운전 처벌 수위 너무 가벼워…
전문가들은 가벼운 현행 음주운전 처벌이 본 사안의 심각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음주운전을 해도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에 그친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쉽게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음주운전 현행법은 그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 현행법은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2회 적발된 경우로 하고 있고,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처벌 수준 또한 외국에 비해 낮다. 그리고 현행법에서는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하게 되어있다. 즉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가해자가 가중처벌을 받아도 1년에서 3년의 징역형에 그치는 것이다. 같은 사고에 대해 50년 징역형 혹은 종신형을 선고하는 미국이나 살인죄를 적용하는 브라질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른 사건의 경우에도 음주 운전자의 77%는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고 있고 극히 일부만 실형을 받는 실정이다. 현행법이 음주운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벼운 처벌의 영향으로 국내 음주운전 사고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연간 약 20만 건에 이르며 전체 교통사고의 10% 이상이 음주운전 사고일 정도다. 재범률 또한 매년 증가 추세이고 평균 재위반 경과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발의안 추진 중
지난달 22일, 하태경 국회의원은 윤 씨 친구의 제안을 참고해 음주 운전자 처벌기준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음주운전 상해 사고 가해자에게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선고를 포함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2회 적발에서 1회 적발로 변경하고 음주운전 단속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고친다.
본 발의안은 아직 심사, 심의 과정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법안으로 공포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 가운데 이 발의안에 서명하고 열렬히 지지하던 이용주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큰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발의안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