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GIST 캠퍼스 내 유기견으로 추정되는 강아지 두 마리가 발견됐다. 일부 학생들은 해당 유기견들을 구조해 대학기숙사 근처에서 임시 보호를 진행했으나 이에 관해 학생들 간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지난 4월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지스트 대학생’에 한 제보가 올라왔다. 대학기숙사 A동 옆 야구장 쪽에 유기견으로 추정되는 강아지 두 마리가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는 강아지들이 계속 차도로 내려가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며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이에 이우재 학생(물리,16)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해당 강아지들을 구조한 후 대학기숙사 B동 뒤편으로 옮겼다. 학생들은 택배 상자를 이용해 그곳에 임시 보호처를 마련했다.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 ‘GIST 멍멍이’(이하 지멍이)를 개설해 임시 보호 계획을 공지했다. 지멍이는 GIST 캠퍼스 내로 유입된 유기견들의 임시 보호와 입양 등을 진행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기숙사 학생 간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유기동물 임시 보호가 좋은 일이긴 하지만 공동생활 공간에서 다른 구성원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개를 무서워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이로 인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익명의 한 학생은 “기숙사는 학생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반대한다면 기숙사 근처에서 임시 보호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시 보호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임시 보호를 통해 유기견들의 행동반경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만약 유기견들이 그대로 캠퍼스 안을 돌아다녔다면 행인을 쫓아가거나 차도에 뛰어드는 등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시 보호가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멍이 페이지로의 개인 문의와 ‘지스트 대학생’, ‘GIST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의견에 대한 피드백이 수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학생은 “임시 보호를 시작하게 된 것 자체는 독단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여러 가지 면을 개선해나가면 좋은 시스템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임시 보호 기간을 정해두고 그 동안 입양이 안 되면 보호소로 보내는 등의 규칙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 커뮤니티에 임시 보호 반대 의견을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학생은 “전체적인 커뮤니티 분위기가 ‘유기동물 임시 보호는 좋은 일이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아 주자’는 식으로 조성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선 임시 보호에 반대 의견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멍이 측은 임시 보호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를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지멍이 대표자 이우재 학생은 “임시 보호 장소를 학생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대학기숙사 B동 뒤편으로 정하고 목줄을 마련했다. 또 사람을 보고 짖거나 쫓아가지 않도록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우재 학생은 지멍이 개설 목적에 대해 “이는 강아지들을 학교에 정착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다. 강아지들이 입양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작년에도 올해와 같은 강아지 유기 사건이 있었다. 나중에 이런 상황이 또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지멍이 시스템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18일경, 지멍이 페이지에 울타리가 열려 있고 유기견들이 없어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지멍이 관계자들이 임시 보호 장소로 가보았으나, 유기견 중 한 마리인 ‘냉이’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이에 지멍이 측은 유기견들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나머지 유기견인 ‘무’를 보호소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 21일, 지멍이 측은 무를 광주광역시 동물보호소로 보냈다. 지멍이 측은 무를 보호소로 보낸 이후에도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며 무가 원래 주인을 찾거나 입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