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학생의 꿈, 인류 삶의 빛이 되기를

0
1354
안병하 명예교수 (기계공학부)

저는 GIST 개원 시 교수로 부임, 정년퇴임 때까지 대학원생과 함께 보람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적잖은 기간이었지만, 되돌아보니 바람처럼 훅 지나간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이 넓은 GIST 캠퍼스에서 학구에 매진하는 해맑은 모습이 참으로 정겨워 보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과학기술 영재로 선택받아, 인생 여정에서 젊음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쉼 없는 면학의 자세,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인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전문성과 함께, 복잡하고 난해한 상황 전체를 이해할 넓은 안목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를 타개해 나갈 의지를 기대합니다. 전문성은 필요조건이지 충분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신기술에 의한 노동 활동의 자동 대체는 인류에게 축복이었지만, 지금은 지적 활동까지 대체하려는 추세이니, 인류가 앞으로 설 자리를 고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학기술 최우수 인재인 GIST 학생 여러분은 오히려 기회가 되어, 경쟁에서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성취는 미래에 풍요와 안락의 삶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치열한 창의 경쟁에서 고독의 심연에 빠질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에 경쟁에서 이룬 성과의 효용을 최적화할 지혜도 가져야 합니다. 노력의 성취 혹은 물질적 풍요가 마음의 안정과 삶의 행복을 결코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창의 경쟁에서 우선 성취에 집착, 지엽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근본적인 원리 이해에 더 많은 노력을 바쳐야 합니다. 때로는 물질과 우주의 근원적 흐름에 대한 “시간의 역사(Brief History of Time, by Stephen Hawking)” 차원의 안목으로 과학기술 전반을 조망해 보기 바랍니다.

현생인류는 원래 큰 두뇌에 의해 개념화(conceptualization) 능력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개념화란 우리가 접한 상황의 본질을 추구하는(reasoning)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지식을 축적하고 지혜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벽화로 서화로 후손에 전수해 옴으로써, 인류는 역사적 존재입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인류문명의 흐름입니다. 그 흐름의 근저에 과학기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전문가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학생 여러분은 모름지기 올바른 역사 인식 아래, 미래를 전망하고 대비하는 안목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연구방법론은 다양하지만, 가능한 본질을 찾아내려는 인내와 집착이 패러다임(Paradigm)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이래 많은 선각자들은 인류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둬왔습니다. 그리고 행복은 자유, 성취, 좋은 인간관계에서 발현된다고 하였습니다. 서로 협력할 경우,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친밀감의 증진으로 자연히 행복감이 우러나오기 마련입니다. 인류의 삶에서 경쟁보다는 스스럼없는 협력이 이루어질 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했음은 역사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種, species)의 협력은 본능 수준에 머무른 반면, 우리 인류는 구성원 간의 활발한 협력이 의사소통의 향상을 가져왔고, 이는 다시 협력을 촉진시킨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로부터 인류는 인지능력의 혁신과 함께 정보사회로의 발전을 거듭하게 된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서로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보다 더 행복해져야 함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고지순의 가치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학기술계가 부(富) 창출을 위한 서로 간의 경쟁으로 치닫는다면 인류가 이루려는 가치를 훼손하기 마련입니다. 이에 따라, 협력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쉬어가는 지혜도 발휘해야 합니다.

미국의 시인 Emerson은 “무엇이 성공(success)인가?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이웃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해지도록 돕고 세상을 떠나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 하였습니다.

미래 인류사회의 주인공이 될 학생 여러분은, 항상 겸손의 마음가짐으로, 과학기술이 인류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협력의 선봉장이 돼야 함은 확실합니다. 협력이란 나보다 남에 맞춰 힘을 합치는 호흡이고, 자비, 사랑, 홍익인간의 정신입니다.

안병하 명예교수 (기계공학부)
안병하 명예교수
(기계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