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Caltech 학부생 교류, 10년 동행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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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주서현 기자 사진 제공 = GIST, Caltech
삽화 = 주서현 기자
사진 제공 = GIST, Caltech

2011년부터 이어져 왔던 GIST와 Caltech(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이하 칼텍)의 학부생 교류 프로그램이 10년간의 동행을 뒤로하고 종료됐다. GIST는 지난 2021년 말 칼텍과의 MOU 만료 후 올해 5월까지 학부생 교류 프로그램 연장을 논의해왔으나,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에 GIST는 기존 모빌리티 프로그램 등 해외 교류 제도 강화와 새로운 대체 프로그램 확보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GIST – 칼텍 교류 협력의 발자취

교류 협력이 시작된 이래 GIST와 칼텍은 그야말로 ‘각별한 사이’였다. GIST는 학부 과정 설립 초부터 ‘소수 정예 영재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칼텍을 모델로 삼았다. GIST는 학부 과정 설립 이전인 2009년부터 칼텍과 접촉해 커리큘럼을 자문한 것을 시작으로 교류를 이어왔다. 학부 설립 2년 차인 2011년에 칼텍의 여름학기 연구 프로그램인 SURF 프로그램에 GIST 학부생 2명을 파견하며 학부생 교류의 시작을 알렸다.

GIST와 칼텍의 교류 협력은 지난 2012년 MOU 체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GIST의 지속된 접촉과 누적된 교류 성과로, 공동연구와 학생교류를 포함한 포괄적인 교류 협력을 체결한 것이다. 당시 칼텍과 교류 협력을 맺은 학교는 전 세계에 10여 개 남짓이었다.

MOU는 정부의 ‘지스트-칼텍 공동연구’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체결됐다. 2013년부터 GIST가 선정한 신소재·생명·의료 분야의 공동연구 주제에 정부의 투자금이 투입됐다. 활발한 연구 교류를 위해 MOU로써 공동연구 분야의 협력을 확보했고, 학생교류 협력도 덧붙여 같이 시작했다.

두 대학의 교수, 연구원, 학생은 양 학교를 오가며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협력 분야에서는 단일 과제 공동연구, 연구 협력기금 조성, 공동연구소 설립 등이 추진됐다. 특히, 두 대학의 교수가 연구 그룹을 구성하는 단일 과제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GIST는 한국에서 최초로 칼텍과 일대일 공동연구를 진행한 학교가 됐다.

학생교류 프로그램 역시 여러 방면으로 이뤄졌다. MOU 하에 진행된 프로그램은 ▲칼텍 SURF 프로그램 ▲칼텍 SAP ▲칼텍 교원 초청 계절학기였다. GIST는 2021년 1명을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32명의 학생을 칼텍에 파견했다.

SURF 프로그램을 통해 두 학교는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갔다. 칼텍의 SURF(Summer Undergraduate Research Fellowships)는 10주간 지도교수를 배정해 연구를 진행하는 학부생 대상 하계 연구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칼텍의 제시 조건을 만족하는 국내외 학생들에게 열려있어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이 개별 지원해 참여한다. GIST는 칼텍과의 협력하에 매년 재정 및 행정 지원을 제공할 학생을 선발해 파견했다.

GIST는 연구 기회뿐만 아니라 칼텍 정규학기 수강 기회도 제공했다. 또한 GIST는 해외대학 정규학기 파견 프로그램(SAP, Study Abroad Program) 대상 학교에 칼텍을 포함해 운영했다. 파견된 학생은 칼텍의 정규학기 수업을 수강하고, 일정 이상의 학점을 GIST 졸업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선발 학생이 없었던 2018년을 제외하고, GIST는 2014년부터 종료 당해인 2021년까지 매년 2명 이내의 학생을 꾸준히 파견했다. 2020년과 2021년은 파견 학생을 선발했으나, 코로나19로 파견이 취소됐다.

GIST는 칼텍 교원이 강의하는 수업을 계절학기에 개설하는 ‘칼텍 교원 계절학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칼텍 전임교수 및 조교를 초청해 세포 물리 생물학과 진화생물학 강의가 GIST에서 열렸다. ‘갈라파고스 제도 필드트립’ 등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칼텍에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도 폭넓은 기회가 주어졌다.

 

소극적 태도로 전환한 칼텍, 일방적 계약에 지친 GIST

지난 2016년, 2015년까지였던 종전 MOU가 2021년 12월까지로 연장됐다. 그러나, MOU 체결 당시 핵심적이었던 정부의 ‘지스트-칼텍 공동연구’ 사업 지원이 2019년을 마지막으로 종료되면서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계약 연장은 불발됐고 MOU는 그대로 만료 절차를 밟았다.

MOU 종료 이후에도 GIST와 칼텍은 학생교류 프로그램 연장을 논의했다. 기존 MOU 체제에서는 학생교류와 공동연구가 함께 추진됐으나, 종료 이후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시행할 방안이 논의됐다. 대외협력처는 작년 10월까지 학생교류 프로그램 연장에 양측 모두 긍정적인 전망을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 칼텍의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로 상황이 급변했다. 새로 들어선 칼텍 경영진은 학생교류보다 GIST의 연구비 보조를 조건으로 한 연구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칼텍 측의 대외 학생교류 정책 변경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GIST는 학생교류 프로그램 연장을 고수하며 올해 5월까지 협의를 이어갔다. 결국 양측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못했고, 10년간의 학생교류 프로그램 역시 계약 종료로 막을 내렸다.

GIST 대외협력처는 학생교류 프로그램 연장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이뤄내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대외협력처는 “지난 2년간 칼텍 측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을 이어가려 해왔으나, 정부 예산 중단과 칼텍 측의 인사이동 등 급변하는 원외 상황에 의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칼텍과의 계약이 다소 일방적이었음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동등하지 않은 조건에서 교류를 더 이상 이어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지스트-칼텍 공동연구 지원 사업의 정부 투자금 일부가 칼텍에 지급되고 있었는데, 뚜렷한 성과 없이 일방적인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협상 과정에서도 연구 교류와 학생 교환 면에서 칼텍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학생교류 프로그램 종료가 확정된 이후, SURF와 SAP 등 칼텍 프로그램 선발 및 파견에 관한 특별한 공지가 없어 학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외협력처는 계약 종료를 알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대외협력처는 “기존 칼텍 프로그램 선발이 있었던 1, 2월 전에 공지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던 올해 5월까지 칼텍 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연장 여부가 정해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결렬 이후에는 종료에 따른 대안을 같이 제시하는 것이 적절해 보여 공지를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발 학생 수 증가, 파견 학교 다변화 꾀한다

GIST는 칼텍과의 학생교류 프로그램의 대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외협력처는 “GIST와 같이 해외 교류 프로그램에 높은 수준의 지원을 유지하는 학교는 여전히 적다. GIST의 장점으로 꼽히는 활발한 해외 협력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GIST는 올해 내로 새로운 대체 프로그램 구성과 예산 편성을 완료해 내년 1, 2월 중 파견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또한, 대외협력처는 모빌리티 프로그램 등 보완책이 될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해외 교류 프로그램은 소수 인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선발 학생 수를 늘리고 파견 대상 학교를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예정이다. 대외협력처는 기존 칼텍 프로그램을 동등하게 대체할 수는 없으나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유지하고,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기존 GIST의 해외 교류 지원 제도의 수정 및 보완이 진행된다. 칼텍 SURF 프로그램으로 지원하던 연구 인턴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연구 기관에 파견되는 비용을 보조하는 장학 형태로 변경된다. 칼텍 SAP로 지원하던 정규학기 파견 프로그램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인 모빌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 인턴 프로그램은 학생이 파견 기관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면서, 지원 학생 수를 늘릴 전망이다. 기존 MOU 하에서는 인턴십 지원 대상 학교를 칼텍으로 한정했다. 이후부터는 칼텍을 포함한 타 대학이나 국내외 연구소 등 개인이 지원한 인턴십에 대해서도 학교에 요청 시 심의를 거쳐 재정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액 지원을 보장했던 칼텍 SURF 프로그램과는 달리 학생 1인당 지원금은 원이 일부만 부담하되, 지원 학생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GIST는 2019년부터 시행된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할 전망이다. 모빌리티 프로그램은 GIST와 MOU를 체결한 해외 대학에 학생을 최대 2학기 동안 파견하는 학점 교류 프로그램이다. 항공료가 전액 지급되며, GIST의 정규학기 등록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해외 대학의 정규학기를 수강할 수 있다. 2019년 사업 계획 이후 2020년 파견 학생을 선발했으나 코로나로 인하여 운영 중단됐고, 2021년 재개됐다.

모빌리티 프로그램 파견 대상 학교는 파트너 대학 중 학생교류 협정 대상인 56개 대학 중에서 선정한다. 협정 대학 중 매 학기 프로그램 운영 여부를 확인한 대학에 한정해 학생 선발을 진행한다. 2022년 파견 대상 학교는 프랑스 INSA(*)와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 등 봄학기 10개 기관, 가을학기 11개 기관이다.

모빌리티 프로그램이 정규학기 수강 프로그램인 SAP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GIST에 등록금을 그대로 낸다는 점이다. 기존 칼텍 SAP는 칼텍이 요구하는 수강료를 GIST가 부담했으나 모빌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학생이 GIST 정규학기 등록금을 납부하고 해외 대학에 파견되는 방식이다.

선발의 문턱도 낮아지면서 더 많은 학생에게 지원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과거 칼텍 SAP의 경우 4학기 이상 재학생 중 평점 평균이 3.7 이상이며 TOEFL IBT 110점을 충족한 학생 중에서 선발했다. 그러나 모빌리티 프로그램은 3학기에서 7학기 등록한 재학생 중 평점 평균 3.0 이상이며 TOEFL IBT 80점 또는 TOEIC 750점 이상 취득한 학생 중에서 선발한다. 선발 학생 수 역시 칼텍 SAP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프로그램은 파견 대상 학교와 국가를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진로 및 분야 선택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양 학교가 서로 교환학생을 파견한다는 점에서 GIST 내 외국인 학생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외 국가의 대학은 영어 강의의 수가 한정돼있어 파견 후 과목 선택의 다양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외협력처는 GIST의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역할 수행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해 교원, 직원뿐 아니라 학생을 포함한 원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대외협력처는 “GIST는 해외 교류 협력 대상 학교를 늘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을 늘리고 있다.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해당 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의 성과나 교수 간 접촉 등도 필요하다. 모두의 노력으로 다양한 경로를 강구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다.

 

(*) INSA(Institut National des Sciences Appliquées 프랑스국립응용과학원), 프랑스의 공학계열 그랑제콜 연합체이다. 기관은 총 다섯 개로 리옹, 렌, 루앙, 스트라스부르와 툴루즈에 위치한다.